

한 거장을 만든 것은 재능이 아니라
그가 읽은 책들이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그는 반세기가 넘도록 소설을 썼고, 평생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시대를 향해 발언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생애를 설명하며 내놓는 것은 작품 목록이 아니다. 읽어온 책들의 목록이다. 그에게 읽기는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일흔을 넘긴 어느 해, 오에는 도쿄의 한 서점에 반년 동안 ‘오에 겐자부로 서점’이라는 서가를 열었다. 평생 읽어온 책들을 손수 골라 꽂아두고, 그 앞에 서서 ‘인생의 책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강연을 시작했다. 『읽는 인간』은 그 마지막 독서 강의의 기록이다. 그의 읽기는 단순하고 집요하다. 한 권을 번역본으로 읽고, 원문과 대조하며 다시 읽고, 끝내 원서로 또 한 번 읽는다. 그리고 한 작가를 정해 3년 동안 그의 책과 연구서를 파고든다. 이 방법을 그는 평생 지켰다. 아홉 살에 읽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한 줄은 평생 삶의 원칙이 되었고, 블레이크와 단테는 그의 사고와 문장이 되었다.
이 책은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이 읽기로 무엇이 되었는지를 한 생애로 증명한다. 거장의 서가를 따라 걷는 동안 독자는 책 한 권이 사람의 방향을 바꾸고, 상실을 견디게 하고, 끝내 한 작가의 문장으로 남는 과정을 목격한다. 노년의 오에가 담담하게 말하듯, 삶의 방향은 그가 정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읽은 책들이 정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읽어온 책의 목록은 그 사람의 생애 그 자체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자기 삶으로 증명한 한 거장의 마지막 기록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소설가. 1935년 에히메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던 1957년 단편 <기묘한 아르바이트>로 데뷔했다. 이후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만엔 원년의 풋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받으며 명성을 쌓았고,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물여덟에 장애를 가진 장남 히카리가 태어난 일은 그의 문학을 결정적으로 바꿔, 아들과의 공존은 평생의 주제가 되었다. 집필 활동과 나란히 반전과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낸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한 시대를 살았고, 2023년 여든여덟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인간의 실존을 파고들며 반세기 넘게 소설을 써온 그는, 『읽는 인간』에서 평생 곁에 둔 ‘보물 같은 책들’을 돌아본다. 어린 시절의 고전과 시집부터 만년의 책까지, 그 한 권 한 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빚고 작품에 스며들었는지를 섬세하게 들려주며, ‘인간은 왜 읽는가?’라는 물음에 자기 생애로 답한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개인적인 체험』,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새로운 사람에게』,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익사』, 『만년양식집』,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등이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일본어 교육을 전공하고 일본 도야마대학교에서 석사, 히로시마대학교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시즈오카 세계번역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아 시즈오카대학교에서 연구생으로 1년 동안 수학했다. 옮긴 책으로는 『반짝이끼』, 『빛과 바람과 꿈』, 함께 옮긴 책으로는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발칙한 그녀들』, 『비밀이 묻힌 곳』, 『눈부신 하루』, 『구로베 저편의 목소리』 등이 있다.